
생각여행 - 길 떠난 예술가 이야기
인간은 익숙함에 길들여져 친숙하고 편안한 삶을 추구한다. 일정 한 틀 안에서 사고하고 행동하고 관행을 따르며 현실에 안주하고 자 한다. 하지만 소위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창조적인 작업을 하 는 예술가에게 있어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이 바로 익숙함이다. 창조가 최고의 덕목인 예술에서 익숙한 반복은 예술가를 단순한 생산자로 전락시킨다. 예술은 본질적으로 관성적인 움직임에서 벗 어나 끊임없이 낯선 삶과 세계를 대면하는 일이기 때문이다. 그 길 에서 만나는 낯선 신체적 경험, 타자와의 만남은 새로운 예술을 잉 태하는 원동력이 된다.
걷는 일은 자신을 세계로 열어놓는 것이다
여기 주어진 궤도를 벗어나 스스로 방향을 정하고 불확실성과 위 험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, 행여 닥칠지 모르는 고통마저도 자기 것 으로 끌어안고 낯선 길로 여행을 떠나는 예술가들이 있다. 경기도 미술관 기획전 <생각여행 - 길 떠난 예술가 이야기>는 단순히 이국 적인 취향을 확인하기 위한 것을 너머 스스로의 사유思惟를 새롭 게 하고, 자아의 한계를 초극하는 예술가들의 ‘여행旅行’에 관한 이 야기다. 다양한 예술가들의 사유여행思惟旅行을 통해서 예술가들 의 삶과 사유방식을 이해하고, 시각예술에 한정하지 않고 문학, 평 론, 건축 등 자아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방법으로서의 여행에 주 목해야 할 것이다.
이번 전시에서 예술가들이 떠난 여행의 목적지는 중요하지 않 다. 어떻게 이동하고 무엇을 얻기 위한 여행이었는지가 중요하다. 이는 종교인의 묵상 행위로서의 ‘순례巡禮’와 ‘고행苦行’에 가까운 것으로, 예술가의 신체에 각인되는 경험을 통해서 새로운 깨달음 에 도달하는 것과 같다. 예술가의 여행은 ‘신체 이동’에 국한된 게 아니라 ‘사유의 탈주脫走’이며 삶을 기우뚱하게 하고 다시 균형에 이르는 과정이다.
다비드 르 브르통은 ‘걷는 일은 자신을 세계로 열어놓는 것이 다. 발로, 다리로, 몸으로 걸으면서 인간은 자신의 실존에 대한 행 복한 감정을 되찾는다’라고 했고, 알랭 드 보통은 ‘움직이는 비행기 나 배나 기차보다 내적인 대화를 쉽게 이끌어내는 장소는 찾기 힘 들다’고 했다. 이처럼 <생각여행 - 길 떠난 예술가 이야기>전에는 이 동의 가장 기본적인 방법인 ‘걷기’에서 시작해 자전거, 기차, 비행기 를 통한 여행, 그리고 움직이지 않은 채 움직이는 개념적인 여행에 이르기까지 예술가들의 다양한 사유 방법이 등장한다.
망망대해로 표류를 감행하는 예술가들의 탈주를 위한 노력을 모아 소개한 이번 전시는 창조적인 삶을 살기 위해 끝없이 노력하 는 예술인들의 ‘낯선 움직임’을 통해 체화된 통찰과 사유가 그들이 만들어낸 문학과 비평, 건축, 미술에 어떻게 표출되었는가를 보여 준다. 달라진 감각과 신체, 사유로 다른 삶을 만들어가는 예술가들 의 창작세계를, 끊임없이 스스로를 넘어서는 그들의 삶의 방식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면서 우리 자신의 삶을 예술로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. 우리는 모두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갈지 알 수 없는 삶의 여로에 존재하는 ‘도상途上의 여행자’들이기 때문이다.

1 전수천 | 움직이는 드로잉 | 2005 | 사진 | 164×104cm

2 이병수 | 희망 찾기 | 2010 | 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팅 | 각 70×53.2cm

3 나현 | ARBOL | 2011 | 싱글채널 비디오 | 5분37초

4 김주영 | 2004 | 신성한 집 | 독, 나무, 소금, 황토, 쌀 | 각 230×100×120cm
○ 글 김지희 경기도미술관 학예팀
○ 도판 경기도미술관 제공
○ <경기문화나루> 2012.05-06호 발췌